2025-03-17 11:10
할 줄 아는 것들이 다 애매하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잘 내리진 못하고,
바리스타라는 꿈에서는 결국 도망쳐 나왔다.
미술사학을 복수 전공했고 미술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제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있어 보이는 척 할 때 좋을 뿐.
심지어 주 전공은 불어불문학인데, 이제 내가 아는 건 merci 뿐이다.
글을 좋아하고 꽤 많은 책을 읽었었다. (요즘은 잘 안 읽지만.)
하지만 잘 쓰지는 못한다.
친절하다고들 해서 친절이 필요한 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편이다.
실제로는 연기를 조금 할 뿐, 전혀 친절한 인간이 못 된다.
그 연기라는 것도 잘 하진 못해서 중간 중간 들통이 나고야 만다.
그럴 때마다 도망친다.
아,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잘하는 게 하나 있긴 있구나?
도망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