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가 내린다. 늦은 밤, 겨울이 다 지나간 자리 위로 희미한 눈비가 내린다. 차가운 공기 속, 가로등 불빛이 번지는 거리. 분명 눈으로 보이는데, 도로 위엔 빗물만이 남아있어. 봄비였다면, 조금 더 반가웠을까. 새로운 계절을 꿈꾸며 기다릴 수 있었을까. 돌아갈 수 없는 계절처럼, 되돌릴 수 없는 마음처럼, 그런 너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이는 건 아마도 내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인가봐. 눈 내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