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8 01:12
<정상으로의 도피>
상담실에는 좋은 직장, 높은 경제적 수준, 원활한 대인관계 능력을 갖춘 분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적응’의 측면에서는 제가 특별히 도울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대화를 하다 보면 생생함이 떨어지고, 어딘가 모르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 허무함과 공허함을 호소하십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상으로의 도피’라고 표현합니다. 상담실에서 ‘정상으로의 도피’를 마주할 때, 저는 내담자와 함께 그들의 ‘정상적인 부분’과 ‘날것의 마음’ 사이에 놓인 긴장감을 탐색합니다.
예를 들어, 한 분이 상담 중에 자신의 삶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가족과의 관계도 문제없으며, 매일의 루틴이 잘 짜여 있다고요. 그런데 그분이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목소리에서 생기가 점점 사라지고, 눈빛이 어딘가 텅 빈 듯 느껴졌습니다. 이때 정상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공감하면서, 날것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초대합니다.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