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21:59
<스레드 첫 인상>
스레드의 무작위 글들을 죽 보면서 느낀 건
'여기 내가 너무 많네.'
제법 그럴듯한 전문가의 경험담이나
맵시가 있어 조용히 빛나는 글도 있지만,
자랑스럽거나 떳떳함과는
거리가 먼 소회가 느껴지는 글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낯부끄럽거나 글 안에
숨기려고 애썼으나 그 의도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글들을 많이 보았다.
내 글이란 걸 끄적이기 시작하던 2000년
무렵부터 나잇대별로 어디엔가 남긴
무르익지 못한 다양한 글귀들을
스레드를 보면서 떠올렸다.
보정되지 않은 내 사진을 보는 것 같은
화끈거림 속에서도, 왠지 비아냥대고 싶은
젠체하는 글들 속에서도,
계속 보다보니 어쩐지 반가운
삶의 소란함 같은 것도 희미하게 느껴진다.
그러면 이 소란스러움 속에 내 목소리 하나
슬쩍 내 보아도 누가 듣는 사람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