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9 02:56
지난 주말 시어머니는 우리가 사는 곳으로 무사히 도착하셨다. 가져오신 3개의 짐가방을 여는데, 여러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분명 소중한 것들만 골라 가져오셨을텐데, 남들이 볼 땐 쓸모없는 잡동사니일 뿐이었다. 하나 뿐인 손자가 기어다닐 무렵 본인이 사주신 유아용 접이식 의자까지 가지고 오셨다.
3년전 나도 미국으로 올 때, 추가항공수화물 요금을 몇백불씩 물어가며 엄청나게 짐을 가지고 왔던 일이 생각났다. 나에게도 이민이란 그랬다. 살던 곳에서 추억이 덧입혀진 물건들을 매정하게 버리지 못하고, 꾸역꾸역 짊어지고 가져오는 일...아들의 첫 옷, 첫 신발, 첫 장난감등 나만의 소중한 쓰레기들을 참 많이도 지고 왔더랬다.
어머니는 며느리를 위해 양쪽 옆구리가 잘려져 나간 몸에 짝 달라붙는 남미식 드레스를 3벌 사오셨다. 이걸 미국에서 입을 수가 있으려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갈아입고 사진을 찍게 포즈를 취해보라고 하신다. 내 시어머니답다. 정말 어머니가 우리에게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