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8 15:53
절반은 동화 속에 살고 절반은 현실에 산다. 요즘은 현실에 조금 가깝다. 생계와 밀접한 곳에선 늘 불합리에 대한 반항과 분노와, 허무와 회의감이 우세하다. 그러나 모르는 척 감추기 위해 숨고, 자주 참는다. 비소와 미소를 교묘히 한다. 살아내는 법을 터득하여 적당히를 메뉴얼대로 행한다. 인간세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없기에 절망은 미약하다.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거나 혼자 성내고 혼자 삭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시간 노력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절로 보이는 현상, 가령 인간의 습성과 인간이 만들어낸 환의 세계와, 거기서 발화된 사건을 외면하거나 자주 눈 감는다. 이곳에서는 거의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다고 벼린 칼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추고 살 뿐. 요즘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할 수 있는 말이 너무 없다. 내겐 접어 놓은 忍이 많다. 펼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