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09:17
글을 왜 쓰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거 붙잡고 있지 않으면 죽을 것 같구나. 싶은 요즘. 삶이 언제부터인가 이렇게밖에 나를 반기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 강하게 매달려 있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삶을 차근히 들여다보고 씹어보는 시간이 주어지면, 심연이 너무나도 깊고 선명해서. 책을 마치고 나면 한동안 심하게 앓는다. 글쓰기는 내게 방향과 목표, 욕망도 아니라, 단지 삶을 망각하는 방식 같다. 삼매에 드는 불자처럼 고통이 깨어나지 않도록 무를 향해 명상하는 방식. 산책도 마찬가지, 다리가 아파서 쩔뚝거려도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 지독한 습관도 실은 같은 방식. 글과 산책은 나를 유일하게 구원한다. 이 불쌍한, 외롭고, 축복받은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