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9 05:59
죽어가는 30대의 뇌 MRI를 보고 내가 첨 내뱉은 말은 "Cool"이었다. 전형적인 CJD (광우병이 여기속함) 패턴에다가 예전에 다른 환자에서 봤던 약물중독에 의한 정말 희귀한 병변이 있었다. 이 환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린것과 다름없는 가슴아픈 사진을 보고도 내 가슴은 멀쩡했던게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의사로 살다보면 감정이 참 무뎌진다. 특히 3차/4차 대학병원에 일하다보면 다른 곳에서 못풀었던 희귀하고 심각한 케이스, 가족사가 막장인 케이스, 죽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부활?한 케이스등등을 보기 때문에 왠만한 드라마틱한 상황이 아닌 이상 무덤덤해진다. 신경외과 의사와 예전에 같이 일할 때 뇌에 피가 철철나서 마비가 급속도로온 환자가 있었는데, 문 너머로 그 환자가 눈 떠있는 걸보고, "he is alive" 하고 다른 환자부터 보자고 발걸음을 돌린경우도 있다. 어찌보면 의사가 가장 인간적인 직업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인간다움을 더 빨리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밑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