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3 06:05
2011.10
아빠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지 정확히 한 달쯤 되던 날,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던 집에 세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지난 여름, 온 가족이 함께 떠났던 제주 여행에서 모두가 여행의 피로함에 숙소에서 쉴 때도 아빠는 홀로 일찍 일어나 리조트 앞을 거닐며 여행의 모든 순간을 누리셨는데
그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속엔 오랜만에 누리는 여행의 설렘과 수줍지만 다정한 아빠의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집으로 도착한 편지는 분명 세 통. 엄마와 동생에게는 빈칸을 빼곡히 채운 편지였지만 내게 온 편지에는 ‘사랑하는 내 딸 __에게’ 이후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볼펜으로 찍- 그은 자국 뿐이었다.
왜 내 편지에는 아무 말도 적혀있지 않았던 걸까, 새로 쓴 종이를 보내려다 실수로 잘못 쓴 종이를 보낸 건 아닐까, 아빠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