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5 09:04
대만교환학생 [13] 소복 입은 긴 머리
비 쏟아지는 새벽 2시, 높은 경사에 만든 나무 계단은 가로 폭이 꽤 컸어. 친구 둘과 나는 지쳐서 말을 잃은 상태로 삐걱삐걱, 나무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기 시작했어. 그런데… 내 좌측에 긴 머리 소복 입은 형체가 나타났어. 나 살면서 귀신 한번도 본 적 없었는데… 전날 새벽4시부터 일출보고 산 오르내리고 버스에 입석으로 완행열차 6시간까지 탔더니 지칠대로 지쳐서 진이 빠졌달까, 기가 허해진 상태였겠지?
근데 그 형체 하체가 안보였는데ㅠㅠㅠㅠ같이 따라 올라오는거야 무서워 미치겠고… 내 옆의 두 친구들한테 말을 걸고 알리면 그 형체가 난리법석 칠 것 같은 쌔한 느낌에 꾹꾹 두려움을 목구멍 아래로 눌러가며 쩌억, 삐걱 거리는 나무계단을 후들거리는 다리로 올라갔어.
나 혼자 올라갔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그 잠깐의 몇 분이 진짜 내 기억 속엔 한 시간 같았어.
이 이야기는 같이 기숙사 사는 친구들한테 입도 뻥긋 못했어. (댓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