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00:46
사티야지트 레이의 데뷔작 <길의 노래>(1955)를 감상했다. 사이트 앤 사운드 역대 최고 영화(2022년 투표) 목록에서 35위를 차지했으며, 인도 감독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1948)에 깊은 영향을 받아 적은 예산으로 비전문 배우, 자연광, 현지 촬영, 일상 모습 등을 특징으로 하는 사실주의 계열의 20세기 초 인도 시골 하층민의 삶을 그린 영화다. 지루할 것 같아서 아주 오래 미뤄두었던 작품인데, 소설 원작으로 생각보다 훨씬 이야기가 촘촘하게 전개되고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졸 틈 없이 몰입했다. 절망적인 삶의 조건과 비교하여 아름답게 촬영된 장면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문화예술의 소비에서 영미권과 유럽 및 일본 말고, 제3세계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필요하고 좋은 것 같다. 이 영화나 아룬다티 로이의 멋진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읽으면 인도 사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