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11:01
할머니와 화장품 (1)
나 24살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지병이 있으셨지만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거라곤 생각못했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으니까.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가셨었다.
그렇게도 가기 싫어하셨었는데 우리집은 할머니를 모실 형편이 안됐고, 쭉 모셔왔던 큰아버지는 큰어머니가 아프시면서 힘들게 됐고, 셋째 아들은 외국에 있었으니까.
요양원으로 찾아가기전 할머니는 내게 전화로 화장품이 없으니까 좀 사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나는 당시 내가 알바해서 번 돈으로 사는 거라 엄청 비싼 외제 화장품까지는 사드릴 형편이 아니었고 lg생건에서 나온 화장품으로 스킨로션만 딱 들어간 가장 기본 세트를 사서 할머니를 찾아갔다.
솔직히 그땐 할머니가 어디 나가실 일도 없고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아이크림이니 세럼이니 하는게 무슨 필요가 있겠냐는 매우 무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요양원엘 가보자 할머니 화장품이라곤 핑크색 베이비로션 하나가 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