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00:02
할머니와 화장품(3)
싸늘한 안치실 안에 누워계신 할머니는 정말이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나실 것처럼 너무나 그대로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뵙던 그 모습에서 창백해진 것만 달라졌을뿐 내가 기억하는 그 할머니였다.
장의사가 할머니 얼굴을 단장해드리기위해 꺼내든 화장품을 보자, 그제야 눈물이 터져나왔다.
화장품을 사면 주는 작은 샘플병에 든 로션, 써보라고 테스트용으로 줄 법한 작은 팩트에 립스틱...
가실때까지 내가 사다드린 화장품은 써보지도 못하고 아껴두고 아껴두다 결국은 버려지게 되다니.
왜 그전에 더 자주 할머니를 찾아뵙지 않았을까,
건강하셨을때 좋은 화장품 하나 사다드리지 못했을까,
장의사 손에 들린 초라하기 그지없는 화장품들을 보며
오열했다... 후회가 밀려와 너무 슬펐다.
화장을 마친 장의사가 할머니 보내드리기 전에 만져보고 싶은 가족이 있냐는 말에 주저없이 손을 들었다.
할머니의 차가워진 손을 꼭 잡고, 어색하게 분칠해놓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고 또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