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00:58
고2때 어머니와 같이 어느 산사를 찾은 적이 있다.
초파일 즈음이었으니 산속 숲길은 싱그러운 신록향이 가득했고
골짜기를 따라 맑은 물은 여기저기 작은 폭포를 이루며
재잘재잘 흘러 내렸다.
불자들과 어울려 산사에 이르니 청아한 풍경소리와 향내음.
어머니께서는 절의 일정을 마치고 부근에 있는 암자로 향했다.
꽤 큰 방안에는 십수명의 아낙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 있고
좌정한 노승(인지 땡초인지는 모름)앞에서 약 5분쯤씩 뭔가
훈계를 받고 한사람이 물러나면 다음 사람이 들어가곤 했다.
드디어 내차례.
어머니가 건네준 나의 생년월일시를 본 노승은 알수 없는 글씨
또는 그림을 휘갈기고, 앞에 있는 두툼한 그림책을 펼쳤다.
그림인즉, 사모관대 복장의 젊은 남자 양옆에 족히 열명은 됨직한
여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주위의 수군거림과 그림속 모습이 내겐 민망스런 일이어서
노승의 말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높은 관직에 이를 운이나 여인을 조심하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