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05:39
돌이켜 보면 유년시절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때는
반지하에서 일곱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을 때고,
가장 불행했던 때는
네식구가 처음 새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였다.
반지하에 살땐 집은 초라하고 벌이는 많지않아도 아빠가 안정적인 직장엘 다니셨는데,
새 아파트로 갈땐 집은 좋았지만 말없이 회사 때려치고 사업한다고 하시더니 여기저기 빚만 늘려오셨다.
무엇보다도 아빠가 엄마랑 상의도 안하고 아파트 잔금 치룰 돈을 자주 가던 식당 종업원 아줌마한테 차용증 하나 안쓰고 빌려주는 말도 안되는 짓을 했으니, 우리 집이 행복할래야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땐 내가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할까봐 엄마한테 아빠를 용서해주자고 울고불고 했지만,
나도 결혼을 해서 어른이 되고보니 아빨 용서한 엄마가 진짜 멍청할만큼 착한 사람이었고, 나는 엄마의 발목을 붙잡은 정말 못된 딸이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당장 이혼하라고 할거다.
지금도 난 엄마가 자유로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