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17:28
아내랑 같이 육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바로 내 아이들의 '아빠상'이 아빠 본인이 아닌 '타인'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거였어. 그 타인이 평생의 영혼의 단짝이고 아이들의 엄마라 하더라도 말이야. 연년생 딸 둘에게 반대 성별, 즉 더 힘이 센 남성에게 위압감을 느끼고 굴복하는 경험을 주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물러터졌거나 카리스마가 없이 애들을 대하는 것도 안 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어. (전자의 경우, 예전에 꼿꼿하셨던 장인어른의 영향일지도 몰라. 지금은 너무나 가정적이고 훌륭한 분이셔.)
항상 정해진 뉘앙스 범위 내의 단어를 사용하고 적당한 음량과 진폭으로 말하며 언제나 정제된 감정을 유지한 채, 육아로 바쁜 일상을 헤쳐 나가는 게 유독 어렵게 느껴졌던 건 내가 부족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