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흔들리지 않고 내 할 일을 했다.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그저 하루를 그렇게 버티며 살아남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전부였다.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마웠다. 머릿속이 틈없이 바빴고, 손은 일에 집중했고, 눈은 앞으로 닥친 일만 보았다. 일종의 방패였다.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나에게는 작은 승리였다. 과거가 내 등을 붙잡아 끌어내리려 할 때마다, 아예 땅으로 들어가 뿌리를 만들어 버렸다. 고마움이라는 감정은 뜻밖의 모양으로 찾아왔다. 지금의 피곤함조차 위안처럼 느껴졌다. 단순하게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할 일을 하고 있음에, 내가 내 두 발로 여전히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했다. 흔들릴 수 없었다.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중심을 지켜야만 했다. 내가 이겨내온 시간들이 나를 지탱해 줬다. 나의 겨울은 그렇게 뿌리 내리는 시간이었다. 단단한 나무가 되려고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