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1 15:18
오늘도 역시 절대 봐주지 않는 아빠한테 테니스를 거의 발리고(참패 대패 같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 나도 예쁘게 말하고 싶은데 이건 발린 게 맞다), 차가워진 바람에 아노락 지퍼를 끝까지 올리며 툴툴거렸다. 무슨 어른이 자식 이기려고 그렇게까지 기를 쓰냐고. 아빠는 앞으로 30년은 더 딸내미랑 놀아야 하는데, 늙어서 점점 기력이 딸리면 이제 당신이 계속 질 거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설움이 몰려왔다. 어떤 자식이 부모가 늙어 힘으로 밀리는 날이 금방 오길 기다린다고..괜히 또 툴툴.
같이 살아있을 날 중에서 이제 절반 정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눈물을 얼른 감추는데, 오늘은 동시에 할아버지가 떠올라서 마주보며 울었다. 아빠, 가장은 눈물도 설움도 숨긴다는데 아빠는 그냥 울보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하겠다 그치. 그치이 이게 다 엄마랑 공주 덕분이지이. 오늘도 시답잖은 웃음을 적립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얼른 아빠를 울보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