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12:12
내게서 내가 도망치고 싶은 날. 아무도 없는 외딴섬으로 도망치고 싶은 날이 있다. 그 누구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엉엉 소리 내며 울고 싶을 때. 맘껏 무너져서 저 끝까지 망가져 버릴까. 전부 그만둘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들. 난 원체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매일같이 죄송하다, 미안하다, 더 잘해보겠다, 말하고 있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고 몸도 능력도 따라주지 않아서. 이마저도 핑계일까 봐. 덜 자고, 덜 쉬어가며, 더 노력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잠 못 이루며 나를 탓한다. 행여 미움을 사진 않을까, 내가 부족해서 누군가 피해를 보고 있진 않을까, 혼자서 전전긍긍. 온 세상이 두 눈 부릅뜨고 날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을 때. 누군가 살갑게 건넨 말에도 또 다른 속뜻이 있을까 싶어 여러 번 곱씹는 밤. 세상에서 잠시 꺼지고 싶을 날. 내게서 도망치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이었다.
100
回覆
12
轉發

作者

김현서
hynsuh
粉絲
串文
192+

回覆

轉發

24小時粉絲增長

無資料

互動率

(讚 + 回覆 + 轉發) / 粉絲數
Infinity%

© 2025 Threadser.net. 版權所有。

Threadser.net 與 Meta Platforms, Inc. 無關,未經其認可、贊助或特別批准。

Threadser.net 也不與 Meta 的"Threads" 產品存在任何關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