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2 16:00
저녁 8시쯤
친정에 도착했다.
골목을 들어서서 차를 주차하려고 할 때
맞은편 텃밭에서
렌턴을 머리에 쓰고
한손에는 가위를,
한손에는 배추를 들고 나오시는
친정엄마를 봤다.
그리고....
엄마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지는 걸 목격했다.
무슨 정신으로 차를 세웠는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리는 데
오백만 년이 걸리는 줄 알았다.
평소 굼뜬 내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워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파킨슨병을 앓고 계셔서
걷는 게 불편하시다.
돌부리 어딘가에 걸리신 것 같고
하필 넘어진 곳에도 돌이 있었다.
무릎팍이 고대로 돌에 찍힌 것이다.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엄마 아프지마.
엄마 아프지마.
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셔서
실수로 문자를 통째로 지워버린 모양이다.
택배 주문 받은 걸 확인해야 하는데
확인 불가 상태였다.
아빠는 화가 나 계셨고
나는 어찌어찌 지워진 문자를 복원하고
누락된 주문을 확인하였다.
내가 딱 오늘 친정에 가서
정말 다행이다.
아프지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