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6 14:09
우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한순간 살다 가는 먼지들인데 먼지들이 이렇게 모여가지고 만삼천오백개가 조금 더 긴 먼지가 서 있고 조금 두꺼운, 그 먼지가 먼지에게 하는 일들이 많죠. 먼지가 살 집을 짓기도 하고 먼지가 아프면 고쳐주기도 하고 먼지에게 뭘 가르쳐주기도 하고 근데 먼지가 먼지 같은 음정을 막 불러요.
그게 음정이 뭐 대단한 의미가 있어요? 근데 그거를 잘 하면 나머지 먼지들이 그걸 되게 좋아하고 앞으로 먼지로서 살아갈 힘을 얻어요. 먼지만한 감동이 오면서 먼지 같은 눈물이 나고 그럼 그 중간에 서 있는 그 노래하는 먼지는 또 너무너무 행복하고. 어차피 먼지로 살다가 갈거면 이만한 직업이 있나 싶습니다 저는.
이게 뭐 어떤 의미가 있겠어요? 하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복받은 사람인 것 같아서 제가 노래가 될 수 있는 커리어를 계속 쌓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노래가 될 수 있는... 오 남사스러워
성시경 2023.12.31.연말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