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2 09:22
어제까지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연결선 위에 늘어선 공중전화 부스 같은 모양새로 내 앞에 나열되어 있다. 잡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투명한 벽을 타고 미끄러지는 유령 잔상들의 행렬. 발은 갈라진 콘크리트 틈에서 계속 빠져들고, 대신 손끝에는 알루미늄 고물처럼 낡은 메시지를 쥐고 있다.
거기엔 “모두가 동시에 지켜본다”라고 새겨져 있다. 오래된 프로그램 같은 문장. 부서진 심장의 낯선 떨림이 그 문장을 반복 재생시킨다.
길모퉁이를 돌면, 안으로는 꺾이지 않은 대형 스크린에 나의 표정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스크린 속 나는 목소리가 없고, 무수히 번지는 빛의 파편으로만 존재한다. 익명의 표정들 속에서 내 표정은 얼마든지 교체 가능했다. 불특정 시선으로 압축된 그 화면 앞에 서 있으니, 마치 무대에 오른 배우 같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