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2 09:22
살랑이는 바람을 따라 계단을 오르다 보면, 옥상 언저리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가 노랗게 빛난다. 화장빛에 지친 도시를 가볍게 비웃듯. 잊혀진 여백 위에서 그래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차가운 LED와도 닮았다. 생명과 인공의 경계가 길 위에서 부유하며 뒤엉킨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일까? 이 골목에서 밀려난 그림자인가, 아니면 빌딩도 나도 함부로 벗어날 수 없는 사각의 공간이 남긴 오류인가.
문득,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내 손을 뻗는다. 보이지 않는 두꺼운 유리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힌다. 한편, 멀리서 성가신 경고음이 울린다. 점멸하는 적색등이, 바스라진 꿈을 부활시키려는 기묘한 신호처럼 깜박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