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2 09:48
사람들은 어쩐지 서로 닮은 얼굴과 동선으로 움직였다. 누구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주어진 궤도를 의심 없이 밟았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푸른 음색은 마치 다급한 호루라기 같았지만, 정작 이리저리 떠도는 이들은 어느새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지령처럼, 그 목소리가 무언가를 일깨우려 애쓰는 듯했으나, 이미 대다수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단지 가벼운 바람에 실린 신호처럼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다. 서로 의지가 되는 듯 모여들지만, 정작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나같이 같은 박자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마치 고장 난 풍향계가 지시하는 방향에 절대 의문을 갖지 않듯, 이들은 낯선 기원을 지닌 어떤 흐름에 맞춰 계속 걷고 있었다. 누군가는 주저하며 잠시 멈칫했지만, 그 사람의 고민은 이내 또 다른 군중의 발소리에 묻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