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3 07:03
소설
거리는 칙칙한 빛과 목마른 바람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도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어깨에 보이지 않는 표식을 새기고 다닌다. 이름이나 얼굴 대신, 저마다의 그림자 같은 그 표식은 묵직한 시선으로 서로를 겨눈다. 뭔가를 늘 비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이, 도시의 골목마다 달라붙은 먼지처럼 바싹 말라붙어 버렸다.
한낮의 인파 속을 헤치며 다니다 보면, 낯선 기호가 몸 여기저기에 박힌 사람들을 마주한다. 어떤 이들의 표식은 번쩍이지만, 그 빛이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불안하게 일렁인다. 반대로 희미하게 바래진 기호를 간직한 이들은, 마치 자신의 숨소리조차 남을 놀라게 할까 두려운 듯 몸을 낮추고 고개를 떨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