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4 10:49
오늘은 김을 구웠다. 어렸을 적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마른 김에 들기름을 바르고 소금 솔솔 뿌려서. 그 시절의 나를 꼭 닮은 아이가 침을 꼴깍 삼키며 하나 먹어도 되냐고 묻고는 싱크대에 붙어 김 한 장을 뜯어 먹었다.
짜니까 밥이랑 먹어- 나는 또 엄마처럼 말하고, 밥을 반 그릇 떠서 김에 조금씩 싸 준다. 아기새가 된 듯이 입을 한껏 벌려 받아먹는 아이를 보는 게 좋아서 한 개 더, 또 한 개 더 싼다.
아무것도 아닌 이런 순간이 먼 훗날 문득 떠오를 것 같다. 그때마다 나는 행복해질 것이고, 때로는 기억의 힘으로 하루를 버티기도 할 거다. 흘러가는 일상을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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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굽는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