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4 23:26
템스 강물이 맑아졌나? 런던 오케스트라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느낌이다. 어제의 필하모니아는 더욱 그랬다. 지휘는 만프레드 호네크, 협연자는 피에르-로랑 에마르.
에마르는 그간 내가 크게 관심 가진 피아니스트는 아니었다. 현대 음악, 그것도 불레즈의 페르소나이자 리게티 권위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베토벤 협주곡 3번은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저렇게 연주하기 위해 얼마나 연구를 거듭했을까. 그의 거친 호흡이 그 노력의 반증처럼 다가왔다. 현대 음악도 결국은 클래식에 기초하고 있음을 재확인해 준 오후였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맛있는 캘리포니아 롤 같은 곡이다. 조금은 이국적인데 속이 꽉 찼다. 현란한 현악과 신대륙의 새소리, 천둥 같은 관악과 타악기까지, 허투루 쓰인 파트가 없다. 시원하고 깔끔한 연주였다.
공연장을 나서자 루비빛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후 5시에도 하늘이 밝다니, 봄이 오고 있다. 곧 수선화도 볼 수 있겠지.
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