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7 21:53
그 날.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고, 도망치는 것을 반복하는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 저 멀리, 길은 곧 끊기고, 낭떠러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도망을 계속했다. 그렇게 도망치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샛길을 마주치게 될 거라고 세뇌시키며. 과거, 한 친구가 도망치는 자의 뒷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해줬던 것이 기억난다. 그 조차, 지금 내 뒷모습에선 끔찍한 추함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의 낭만을 깨부수어 미안하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던 길의 끝은 어느새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낭떠러지 끝에 결국 다다라있다.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낭떠러지라고 느껴지는 그 끝이, 새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위로해주고야 말았을 전긍정의 친구들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