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1 06:27
지난 설에 아버님 댁에서 가져온 책들을 읽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는 동안 세탁기 속 빨래가 다 구겨지고 찻물은 끓어 넘쳤다. 위화답게 처절하고 적나라하며 거침이 없다. 이야기에 날개가 달린 듯한 느낌. 시대를 꼬집고 인물을 비꼬는 솜씨도 최고다.
이 책이 나에게 더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메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속표지에는 학번과 이름도 써 있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님은 자식들을 다 키우고 뒤늦게 대학에 가셨다. 사람들 눈에 띄는 게 싫어 젊은 시절 집에만 있었던 게 그렇게 후회가 되시더란다. 집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중국어 공부를 하고 때때로 시험 걱정을 하셨다. <형제>도 과제로 읽으셨던 모양이다. 저 독후감은 잘 제출하셨을까. 살아 계실 때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나눌걸. 무심한 며느리는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다 보니 책 얘기보다 어머님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