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0 13:48
그랬던 우리였는데,
어느순간 너의 모습이 회백색으로 바래보인다
아무리 눈을 비벼봐도 그대로인 내 눈이
분명 어딘가 잘못됐을거라, 그런 것일거라 믿는다.
만물은 변한다고들 한다
꽃이 지고 열매가 열리듯.
모든 것은 만물의 범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랬나보다 너도, 그리고 나도.
여태껏 털어놓은 수많은 말들과
네 앞에 늘어놓은 수많은 행동이
이 몇 마디로 모두 집약된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믿을리도 없지만,
점차 곧았던 직선이 흐려지고
둥근 원형만이 남는다.
너는 눈물을 흘리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걷는다.
반대 방향으로 한발씩 내딛는다
안개가 자욱한 그 곳으로 들어가
너란 광명을 눈감아 보려한다
그렇게 녹진하고 새하얬던,
달콤했던 나의 한 조각이
다시 빛날지 모를 새로움을 맞이하며,
작렬히, 끝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