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4 05:15
◆보속(補贖) /기산 노희상
주방에 자리잡고 앉아
마늘 한 뒷박을 깐다
갈수록 손톱밑이 아리다
주먹만한 양파 한 자루를 깐다
눈이 매워 눈물이 난다
밤가위를 구해 알밤을 친다
까까머리 만드느라 손목이 시리고 아프다
마른 멸치를 한 줌 다듬는다
내장을 후벼내니 딱딱한 등껍질이 애처럽다
부추 한 단을 다듬는다
연약한 이파리가 엄살을 부리며 아프다고 눕는다
콩나물 대가리를 딴다
파란 녀석이 툭하고 저절로 달아난다
희로애락 오욕칠정이
내 눈에 노을이 되어 가득 담긴다
육수 끓이는 솥에서는 푸우푸우
숨이 가쁜 백발이 넘실댄다.